PIFAN/피판 2009

포르노 갱의 삶과 죽음 Life & Death of Porno gang

livemana 2009. 8. 10. 22:56


예술가가 되고 싶은 젊은 영화감독이 있다. 하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세르비아에서 그의 꿈을 이루기란 어려워 보인다. 마르코는 다큐멘터리 작업을 하다 포르노 산업에 진출하지만, 세르비아 포르노 산업에 혁명을 일으키고 싶은 그의 작품은 제작자가 보기엔 쓰레기이다. ‘사회 정치적 포르노 호러’를 만들기엔, 그가 너무 앞서 있거나 시대가 아직 깨어나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그는 동료를 모아 포르노 퍼포먼스를 무대로 올리지만 세르비아 경찰들이 가만히 있을 리 없다. 경찰이 정치범들을 고문하던 솜씨 그대로 마르코와 동료들은 제대로 두드려 맞는다. 마침내 그들은 동유럽의 정치 지도가 복잡하게 바뀌던 바로 그 시절, 세르비아 전체를 성적으로 각성시키기 위해 전국 투어에 나선다. 그러나 강도 높은 묘사와 상상을 초월하는 전개를 전부 이해하려면 더 기다려야 한다. 왜냐하면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영화의 초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영화에 익숙한 관객에게 이 영화의 거의 모든 장면은 정도를 넘어선 것이다. 그룹 섹스와 살인에 성기 노출은 기본이며, 눈을 가리지 않는다면 영화에서 금기시되는 대부분의 장면들을 볼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 장면들이 은밀한 쾌락이 아니라 정치 사회적 맥락과 함께 제시된다는 점이다. 그래서 예술과 전복을 꿈꾸던 활기찬 젊은이들이 살해당하고, 강간당하며, 하나둘 사라져 갈 때, 어쩌면 우리가 지금 세르비아 영화사의 커다란 전환점, 혹은 영화사적인 사건을 목격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고 질문하게 된다.(권용민)